전북대학교 LINC 3.0 사업단

Jeonbuk National University LINC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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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달 더 빨리 크는 '저탄소 한우'...
관리자2023-08-21조회 323

롯데백화점 최초 도입 전북 고창 '저탄소 한우' 농가 가보니
품종 개량으로 5개월 단축시킨 농가들, 농식품부 '저탄소 인증'받아
"사룟값 마리당 150만 원 줄여...상품성도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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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전북 고창의 한 한우 농가. 이곳의 한우는 유전체 검사를 통해 빨리 자라는 유전자를 선별, 교배해 사육기간을 평균 5개월 줄였고, 이 과정에서 내뿜는 온실가스도 줄어든 '저탄소 한우'다. 박소영 기자"25개월 키웠는데 30개월 소만큼 '빵(체격)'이 올라왔죠. 남들보다 다섯 달 빨리 출하하니 사룟값도 아끼고 소가 내뿜는 온실가스도 줄죠."

최준수 수호농장 대표지난달 27일 찾은 전북 고창의 한우 농가 '수호농장'에는 송아지부터 큰 소까지 약 720두가 자라고 있었다. 소의 분뇨가 치워진 깨끗한 축사는 한여름인데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 최준수 대표는 "분뇨를 깨끗이 치워주면 소도 편안함을 느끼고 4, 5일은 덜 먹는다"고 말했다. 축사 벽에 걸린 농림축산식품부의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 간판 옆에는 또 하나의 커다란 표지가 눈에 띄었다. '탄소 배출 감축 검증 한우', '전북대 저탄소 한우 협력농장'. 수많은 외부인이 올해 이곳을 방문한 이유다.고창 '저탄소 한우' 농가 네 곳, 정부 인증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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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군 한우 농가 축사 외벽에 붙은 인증 마크. 정부의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 옆에 전북대 저탄소 한우 협력농장이라는 인증 마크가 붙어있다. 박소영 기자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0'(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산업계가 각종 '넷제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지난달 초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최초로 저탄소 인증을 받은 한우 농가 27곳을 뽑았다. 이 인증은 주로 ①탄소가 적게 나오는 '저메탄 사료'로 키우는 한우와 ②사육 기간을 단축해 탄소 배출량을 줄인 한우를 대상으로 주어졌다. 수호농장을 비롯한 고창의 한우 농가 네 곳은 사육 기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인증을 받았다.


고창의 저탄소 한우는 품종 개량을 통해 이전보다 더 빨리 도축했기 때문에 그만큼 소의 호흡에서 나오는 메탄과 분뇨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 등 소의 일생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였다. 보통 한우는 30개월 정도 키운 뒤 도축 대상이 되지만 저탄소 한우는 다섯 달이 빨라지다 보니 같은 무게 기준 65%, 국내 평균 대비 45% 적은 양의 탄소만 내보낸다.

그런 저탄소 한우 만들기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수입산이 95%에 달하는 사룟값 부담이라는 생계와 직결된 절박한 이유에서였다. 최 대표는 "지푸라기 빼고는 모든 사료를 수입해서 써 왔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값이 50% 이상 폭등해 농가 부담이 커졌다"며 "외부 환경 변화로부터 받는 영향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품종 개량으로 사육 기간 줄이고, 전북대가 '저탄소'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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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전북 고창에서 사육 개월을 줄인 '저탄소 한우'로 이번에 정부 인증을 받은 최준수 수호농장 대표가 저탄소 한우 사육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그는 사료를 조금 먹어도 잘 자라고 빨리 커서 출하 가능한 소로 품종 개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최 대표를 포함해 주변에 있는 젊은 한우 농장주들은 10년 전부터 '족보'를 보고 우수한 종자끼리 교배시키는 전통 방식의 육종·품종 개량을 해 왔다.

그러다 2019년 저탄소 한우를 연구하던 이학교 전북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를 만나 '사육 개월 수 당기기'는 탄력을 받았다. 이 교수팀은 소의 털을 뽑은 뒤 유전자·유전체 연구를 통해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유전자를 찾을 수 있었다. 유전체 검사는 모든 번식우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농가들은 수천만 원을 과감히 투자해 검사 비용을 댔다. 이를 통해 찾은 번식우의 교배로 사육 개월 수는 현재 평균 25개월까지 당겨졌고 지금은 고창에서 '청춘한우'라는 브랜드로 저탄소 한우가 한 달에 약 40두씩 시장으로 나간다.

예전보다 짧은 기간 동안 소를 기르니 사료도 덜 나갔다. 최 대표는 "다 큰 소는 하루에 사료 8~10kg을 먹는데 5개월만 사육 기간을 줄여도 한 마리당 1.2~1.5톤의 사료를 아낄 수 있다"며 "실제로 한 마리당 사룟값을 150만 원 정도 절약했다"고 말했다. 저탄소 한우를 연구해 온 김문석 중우농장 대표는 "2년 전부터 25개월만 길러도 30개월 키운 소만큼 고기 양을 얻을 수 있다"며 "다음 목표는 (도축 시점을) 20개월로 당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지난해 전북대 이학교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소의 유전체 검사로 축산 탄소 감축량을 추적, 검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제로 사육 기간을 줄인 한우가 탄소 배출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인증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 농가의 한우가 '저탄소 한우'라는 친환경 보증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저탄소 한우는 실제로 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이 교수는 "평균 한우 도체중(도살한 소의 가죽, 머리, 발목, 내장 따위를 떼어낸 체중)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3.01kg"이라며 "반면 이곳의 한우는 20%가량 줄어든 10kg 정도의 온실가스만 내보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창의 저탄소 한우 농가 네 곳은 이번 농식품부의 저탄소 인증을 받은 곳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5개월 사육 기간 줄이자 온실가스 20% 감축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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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전북 고창군 고창부안축협에서 이학교 전북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가 저탄소 한우 인증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평균보다 다섯 달 덜 키운 소가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걱정도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저탄소 한우는 도축 시점이 빨라 육질이 연한 것이 특징이다. 안웅 롯데백화점 축산 바이어는 "고창 저탄소 한우는 90% 이상이 1등급 이상을 받고 1++ 등급 출현율도 높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유통업계 처음으로 평균 25개월 키운 한우를 저탄소 한우로 내세워 시장에 처음 내놓았다. 이색 한우를 찾아 전국을 돌던 안웅 바이어가 중간 도매인으로부터 소문을 듣고 고창 한우 농가와 이학교 교수를 찾은 것이 지난해 여름이었다. 안 바이어는 "전북대에서 지난해 축산 탄소 감축량을 추적, 검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육 기간을 줄인 한우가 탄소 배출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인증했다"며 "그때 저탄소 한우로 판매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설을 맞아 전북대와 고창부안축협과 손잡고 저탄소 한우 1,000세트를 내놓아 모두 팔았다. 3월 서울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 등을 시작으로 현재 10개 점포에서 상시 판매하고 있다. 안 바이어는 "저탄소 한우는 가격도 일반 한우와 비슷해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저탄소 한우 정부 인증을 받은 것을 맞아 11일부터 전국 18개 롯데백화점에서 농식품부와 함께 전북 고창과 전남 진도의 '저탄소 한우'를 최대 40% 할인해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풀무원의 친환경 식품 유통사 올가홀푸드도 '저탄소 한우'를 지난달 말 출시했다. 올가홀푸드가 판매하는 저탄소 한우는 △농업 부산물을 사료로 쓰고 △농장 발생 분뇨는 발효 후 지역 농가의 비료로 활용하며 △태양광 시설로 탄소 배출을 저감해 정부의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받은 전남 진도의 한우 농장 한 곳의 한우다. 올가홀푸드 측은 "소비자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가치소비 문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친환경 먹거리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최초 '저탄소 한우' 판매한 롯데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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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이 정부 인증을 받은 저탄소 한우를 구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사룟값은 덜 드는데 소 한 마리당 나오는 고기 양은 비슷하고 품질도 좋은 저탄소 한우의 등장 이후 저탄소 한우 농가들을 손님맞이로 바쁘다. 김 대표는 "처음엔 한우협회에서도 어떻게 그런 한우가 가능하냐며 믿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를 포함해 고창 한우 농가들은 사육 기간을 줄인 저탄소 한우가 최근 한우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축산 농가에도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에 저탄소 인증을 받은 한 농가는 4년 만에 필요한 성적을 달성했다"며 "일반 농장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관계 기관을 향해 "유전체 검사가 마리당 10만 원이라는 큰돈이 들다 보니 다른 농장에서는 부담스러워한다"며 "직불금 대신 이 검사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이 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출처: 한국일보 박소영 기자